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탕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설탕부담금’ 논의에 식음료업계의 표정 변화가 엇갈리고 있다. 차세대 감미료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이하며 호재를 기대하고 있으나, 설탕 의존도가 높은 음료와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업계는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당음료를 제조·가공하거나 수입할 때 설탕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부담금은 가당음료 100L당 설탕 함량을 기준으로 △1kg 이하 1000원 △1kg 초과 3kg 이하 2000원 △3kg 초과 5kg 이하 3500원 등으로 단계별로 적용된다. 함량이 20kg을 초과할 경우 최대 2만8000원까지 부담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알룰로스, 스테비아, 사카린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대체 감미료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곳은 삼양사와 대상이다. 삼양사는 자체 효소 기술로 만든 ‘알룰로스’를 이미 300여 개 제품에 공급하며 매출 비중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대상 역시 군산 공장에 전용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2024년 대체당 통합 브랜드 ‘스위베로(Sweevero)’를 론칭했다. 대상은 현재 롯데칠성음료, 동아오츠카 등 국내 주요 음료업체를 포함한 50여 개 거래처에 원료를 공급하며 시장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반면 대표적인 규제 대상으로 꼽히는 음료업계 등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물가 속에서 추가적인 세 부담은 결국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음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탕부담금 도입과 동시에 가공식품, 음료 등 제품 가격에 결국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며 “원가 부담과 가격 인상으로 인한 매출·수익 감소가 관련 산업의 성장 둔화, 경영 악화,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입이 확실시되거나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식품업계 전반은 불안한 마음으로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행이 본격화된다고 하면 원가율 상승폭을 정밀하게 계산해봐야겠지만, 원료값 변동성도 워낙 커 현재로서는 뚜렷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설탕부담금 도입으로 인한 가격 인상이 뒤따를 경우, 즉각적인 소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경기와 고물가로 오랫동안 시달린 이 시기에 가공식품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빈번하게 구매하는 음료 등의 가공식품은 소비자들이 가격에 대한 인지가 잘돼있는 상황이라 소비 감소로 이어질 확률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안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